시작은 언제부터 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19년 12월까지만 해도 화기애애 하고 참 좋았는데 말이죠.
2020년 1월까지도 괜찮았던 것 같았습니다만, 2월부터 회사에서의 제 위치는 크게 삐그덕 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작은 중소기업(스타트업)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이라서 제 직무가 정확하고 뚜렷하지는 않지만 크게는 마케팅, 영업지원, 기획의 세가지 업무를 맡고 있었어요.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 파는 물건은 시장성이 크게 높지 않아, 약간의 사치품으로 치부될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작년까지 열심히 영업지원하여 영업팀이 따온 사업들은 코로나로 인해서 하나, 둘 취소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영업팀과 대표님간의 약간의 갈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코로나로 인해서 회사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구멍은 점점 좁아졌고, 그 만큼 회사 대표님도 저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억울한 면도 없고, 제가 무조건적으로 잘 한 것도 없습니다.
사실 제가 대표님의 기대치에 비해서 업무적인 능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었고, 일부 근태에 대한 불만도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으니까요.
게다가 코로나가 터진 이후 영업적인 활동이 막혔으니 저의 일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표님께서 저에 대한 불만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실망을 했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은 대표님께서 지속적으로 저에 대한 뒷담화를 했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속상하다고 90년대생 감성으로 솔직하게 대표님께 말씀드렸더니 정말 화를 많이 내시더라구요.
저는 다른 것도 대표님과 맞지 않았지만 '대표님의 뒷담화', 그 부분이 가장 컸습니다.
차라리 앞에서 얘기했으면 제가 행동을 자제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했을텐데, 대표님이 제 뒤에서 얘기한 것은 그 이야기가 저의 귀에 다시 들어올 때 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저는 대표님의 행동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쌓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나 뒷담화 상대가 저랑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이어졌다는 것은 더 저를 화나게 했습니다.
그래도 그 분들이 저랑 친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다소 늦게나마 뒷담화 내용을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때부터 상황을 다시 되짚어보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는 저도 공과 사를 넘어서 대표님이 싫어지더라구요.
대표님 뿐만 아니라 제 일 자체에 회의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회사의 모든 단점들만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얼마지나지 않아 저는 이직제의를 받게 되었고, 또 고민을 하다보니 제가 이 회사에서 정말 쓸모없는 존재라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더 이상 대표님과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미워해봤자 더 고통스러운 것은 제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지요.
몇달간의 좌절과 자기비하는 저와 제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자제하려고 할수록 독기를 토해내듯 한번씩 감정이 물밀려 들어올 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철저하게 공과 사를 구분하여 생각해보니, 제가 이 회사에서 떠나고 차라리 이 자리에 다른 직무의 사람이 앉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제 몇번째 퇴사일지도 모르는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경영학이나 마케팅을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이 회사에서 마케팅 직무를 맡으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 전에 마케팅 회사에서 일도 해 봤고, 또 부업적으로도 마케팅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고, 다른 회사의 마케팅도 종종 도와주었었기 때문에 이 회사에서 결과가 좋지 않은 마케팅을 할 때 마다 큰 좌절이 느껴졌어요.
특히나 제 업무 인수인계 대신 대행업체를 알아볼 땐 정말 더 힘들었습니다.
아무도 이 일을 맡지 않으려고 했기에 제 일에 더 회의감이 느껴지더라구요.
지난 1년간 회사에서 마케팅에 대한 비용을 제가 관리한 적 없었어요.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마케팅을 할 물건도 없었지요.
그 결과 저는 마케팅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제품을 판매하는 단계에 도달할 때 까지 업무의 방향성은 아래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조사(수요조사, 영업적인 부분도 포함되어있을 수 있다고 고려) -> (의도에 맞는) 기획 -> 제작 -> 영업 (큰뿌리) -> 마케팅 (작은뿌리)
근데 이 회사는 반대로 일을 하더라구요. (물론 4c전략이라고 둘러댔다면 제가 이렇게까지 말 안하겠죠)
제가 팔 수 있는 물건은 없었고, 이번에 마케팅 하는 물건도 투자를 위한 그래프 조작일 뿐 금전적으로 소득 없는 마케팅을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일에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으면서 남아있는 동료들을 생각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기획까지는 해 두었으니 이제 제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회사에 와야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리를 비워두고 저는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회사에 취업하기 전, 저는 이 회사에서는 오래 버틸 수 있을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잦은 퇴직을 경험한 사람이라 개인적으로 이 퇴사가 결코 제 인생에 도움이 안될 것을 잘 압니다.
그리고 이직제의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떠나지도 못했을지도 몰라요.
또 대표님께서 저를 진정성있게 잡았더라면 또 떠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해요.
뒤에서는 다른사람에게 제가 이미 퇴사를 결정했다고 말해두고서는 정작 저한테는 퇴사의사를 제대로 물어보지 않으셨죠.
퇴사가 가까워오는 시점인 요 며칠 부터 정말 더 힘들더라구요.
퇴사한다는 그 압박만으로도 벅찬데 사용하던 네이버 블로그도 저품질로 허덕거리고, 교통사고도 나고..
왜 일은 한번에 닥치는 것인지
앞으로 갈 길이 꽃길이 아닐건 알지만, 그래도 트래킹 코스만 되어도 좋겠습니다.
그래서 퇴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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