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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느끼는 것들/경험담

우울증약 먹어도 되나요? 3편

by 플라시스 202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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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6 - [살면서 느끼는 것들/경험담] - 우울증약 먹어도 되나요? 2편


그 날은 내 생일이었다.
연하 남자친구와 헤어졌었다.
이유라고 하면 글쎄, 지금도 고민하지만 내 성적 매력이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인 듯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너무나도 불안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직업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했다.
나랑 맞지 않았다.

한때 그도 불타는 마음을 가진 젊은이였겠지만, 천방지축 해대는 연상의 여자친구를 다루기에는 다소 무리였던 것 같다. 이후 6개월간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상당히 새로운 인간이었다.

그는 불안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것 처럼 보였지만 알면 알수록 속을 들여다보면 늘 불안했던 것 같다.
불안한 우리 두 사람이 안정을 찾기 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또 함께 보냈다.
하지만 우리가 정신적으로만 버틸 수 있는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남자친구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너무나도 아팠다.
그래서 나보다도 먼저 심리상담을 알아보고 치료를 결정했다.
심리치료만으로 그가 건강해지기까지는 무리였다.
주변은 변하지 않았고, 남자친구도 나도 이에 대해 한계점을 느꼈다.

심리상담 선생님은 그에게 약물치료를 권했다.
사실 일반적인 사람이 정신과적 약물치료를 권했다고 한다면 그도 아마 불쾌했을 것이다.
하지만 10회 이상 심리상담을 진행했던 선생님께서 약물치료를 권하니 한번 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남자친구는 그렇게 우울증약을 먹기 시작했다.

우울증약은 먹기 시작하면 약 1~3주 정도 시간을 두고 관찰하면서 투여한다.
불편한점이 있으면 약물을 교체하기도 하고 투여량을 바꾸기도 한다.
남자친구가 3개월 정도 약을 먹으면서 괜찮아지고 있을 때 나에게도 정신적으로 버틸 수 없는 일이 하나 터졌다.

바로 신천지에게 사기를 당한 일이었다.

나는 그 사람들과 3개월 정도 뜨개질 모임을 가졌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나를 작정하고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니, 너무 기만적이었다.
친하다고 생각했기에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뜨개질 재료도 함께 나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날 배신하였다.
본인들이 신천지라고 밝히던 날은 정말 끔찍했다.
어떻게 사람 눈이 그렇게 한순간에 이상해질 수 있을까? 싶었다.

이후 나는 한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의심을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나를 우울증약으로 인도한 사건이 되었다.
축 처져있고 예민해진 내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친구는 나에게 조용히 정신과약을 먹어보는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그때는 나도 너무 지쳐있어서 예약을 잡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세상에 정신이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지, 정신과 예약날짜를 기다리는 동안 약 3주의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뜨개질도 손 놓고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랬더니 괜찮아졌다.
정신과를 방문하기 전 까지만해도 "사실 나 괜찮은지도?" 라는 생각을 하고 방문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신과를 처음 방문하면, 정신과 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뇌파검사와 TCI검사등 다양한 심리검사를 진행한다.
뇌파검사는 약 8만원 정도 했는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대전이다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저렴한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심리검사가 약 5만원, 7만원 정도 들었던 것 같고 약물도 1주일에 약 2만원 내외 정도로 나왔던 것 같다.
금전적인 부분과 시간적인 부분 때문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방문하기 어려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에서 치료를 선택하고 받고 있다.

뇌파검사를 정말 성실하게 했다.
혹시라도 정상이 아니게 나오게 될까봐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상이 아닐 뿐더러, 정상이라고 하는 뇌파와 너무나도 다르게 생긴 모양에 내 스스로도 너무 놀랐다.


중간이 내 뇌파였고 왼쪽이 정상 뇌파인데, Beta파는 거의 깨져있는 것 같다.
그냥 이 결과물을 보고 "아 나 아픈사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 사건은 나에게 굉장히 큰 의미를 주었다.
막상 정확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실하게 약물치료를 받기로 결정하였고 현재 약 1여년 정도 약을 먹고 있는데 너무 삶의 질이 좋아졌다.

2022.11.28 - [살면서 느끼는 것들/경험담] - 우울증약 먹어도 되나요?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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